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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너무 길다

psyche 2011. 7. 11. 22:34 |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때 쯤으로 기억한다. 작은 아버지 댁에 종종 놀러갔었는데, 얼리어답터인 작은 아버지께서는 당시로서는 고가에 해당하는 최신 컴퓨터를 집에 구비하고 계셨다. 집에서 구경할 수 없는 칼라풀한 컴퓨터 게임들이 많았던 관계로 작은 아버지 댁에 가는 걸 아주 좋아했었는데 게임 말고도 내가 즐겨 플레이했던 게 있었으니 바로 노래방 프로그램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노래도 몇 곡 없고, 반주도 안습 수준이었으나 그 때로서는 컴퓨터에 마이크를 연결 해 그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었다. 사실 노래를 불렀던 횟수보다 노래방 프로그램에 등록된 곡들을 그냥 듣고 있었던 적이 더 많았다. 이유를 잘 모르겠으나 그 프로그램에는 (그 때는 몰랐지만) 민중가요가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노찾사의 노래가 많이 있었다. 나는 "광야에서"와 "사계"를 특히 좋아하여 여러번 반복 해 듣고 따라부르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열두세살 무렵. 막 시작한 박소현의 FM데이트를 듣기 시작한 것도 이 때쯤. 
  마치 독고진이 국보소녀의 "두근두근"만 들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처럼, 집회에서 "광야에서"나 "사계"가 흘러나오면 심장 박동이 유난히 빨라진다. 그리고 민폐가 될 정도로 크게 따라부르기도 하고. 얼마 전에 인디포럼2011 초청전 영화들을 보고 왔는데, 박찬경 감독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에서 그린힐 화재 사건으로 여공들이 안타깝게 스러졌던 이야기 중 "사계"가 흘러나오더라. 맨 뒷자리에 앉아서 보고 있었는데 노래가 나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좌석 뒤에서 팔굽혀펴기를... (다른 관객들 분께 아무런 불편을 드리지 않았음을 맹세합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밤, 부산역에서부터 영도까지 또 신명나게, 불타는 마음으로 "광야에서"를 소리 높여 불렀고 이내 경찰분들께서 살수해주신 최루액으로 샤워를 하여 마음뿐만 아니라 온 몸이 다 불타버리고 말았다. 
   회사 다닐 때는 마인드컨트롤 한답시고, 출근 길에 꼭 심장 박동 빨라지는 노래만 들었었다. 주로 메탈. 때때로 민중가요. "불나비"는 효과 짱이다. 정말 터져버릴 것 같애! 참으로 전투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퇴근 길에는 내 슬픔만큼 그대가 행복하길, 나는 사랑이 뭔지 모르나봐요오오...
 

   이별이.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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