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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2.15 어디에도 없고 모든 곳에 있는
  3. 2009.02.08 수공기억 5

Energy Flow

psyche 2009. 3. 29. 19:40 |


  #22937
 
  수요일 퇴근 후엔 밤 늦게까지 술을 많이 마셨다.
  깨끗이 속을 다 게워낸 후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목요일 아침, 6시 기상. 배가 너무 고팠지만 밥솥에 밥이 없다.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참치죽을 하나 사 먹었다.
  
  회사 건물에 도착. 사무실이 있는 14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업무 시작 50분전, 
  내가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신 것을 들은 멘토님이 식당으로 나를 끌고가 라면을 사주셨다. 
  라면을 맛있게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갔다.
  Ryuichi Sakamoto의 Energy Flow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다다다.
:

  누구나 아는 곳의 아무도 모르는 공간을 찾아갔다. 
  그 곳엔 오래된 컴퓨터 한 대가 있다. 처리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입력창에 어딘가의 주소를 쓰고 엔터키를 클릭하면 길고 긴 사색의 시간이 주어진다.
  
  유일한 빛을 내뿜던 모니터를 끄고 절대암흑 속으로. 모든 것이 소멸된다 오직
  비루한 추억만이 컴퓨터 소음을 쫓아, 사라진 좌표계의 유물을 건져 올리려 발버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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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기억

psyche 2009. 2. 8. 01:00 |

2008년 12월 23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라디오를 켰다. 한영애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9시가 넘었군.'
- EBS 라디오, [한영애의 문화 한 페이지]. 한영애님의 목소리말고 익숙한 목소리가 하나 더 들린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언젠가 [정용실의 문화포커스]에서 들었던 목소리. 미디어아티스트 정연두. '정연두님이 또 라디오에 나오셨구나. 전시는 다 끝났을텐데.' -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났다. 물을 한 잔 마시고 환기를 시키려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문 앞에 우편물 하나가 눈에 띄었다. "보낸이"는 국제갤러리. 뜯어보지 않아도 내용물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내가 찍힌 이상한 사진 한 장이 들어있을 것이다. 정연두님이 만든 이상한 "타임캡슐" 안에서 찍었던 사진 하나가. 그렇게 작은 우연 하나가 또 발생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일어난 아침, 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그 "누군가"의 작품 속에 나의 모습.

-- 11월 어느날, 회사 면접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안국동으로 향했다. 동십자각에서 삼청동 올라가는 길. 갤러리마다 무작정 들어가서 이런저런 작품들을 감상했다. 어색한 정장. 그래서 어색한 시간과 공간. 그 때 마침, 국제갤러리에서 정연두 작가의 <Handmade Memories>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ㅡ- 지금 [정용실의 문화포커스] 진행자는 신성원 아나운서로 바뀌었고, 간판도 [문화읽기]로 바뀌어 달렸다. 임근준님의 국민학교 선배인! 정용실 아나운서의 넉살좋은 진행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신성원님의 진행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다가오는 봄 개편에 7년 넘게 자리를 지켜 온 한영애 선생님의 [문화 한 페이지]가 사라진다고 한다. 영어 교육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거라고... 

  내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또 더 있을 것이다. 결코 만만하지 않을테지만 난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요새는 예전보다 훨씬 여유가 없지만 그래도 즐겁다. 앞으로 몇 달, 아니 1년, 아니 그 보다 더 긴 시간동안, 여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은 그럴 것이라고 각오를 하고 있다. 내가 하기 나름일 것이다. 스트레스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산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가가 관건이다. 모든 스트레스를 조화롭게 받아들이고 시어를 뱉어내는 변태가 되어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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