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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11.23 내 마음에 비친
  3. 2009.10.05 1q84 4

틈, 빛

psyche 2009. 12. 2. 22:05 |

  면접전형이 있었던 11월 넷째주 내내, 면접 대기자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할 때면, 먼저 소속과 이름을 밝히며 간단하게 인사를 한다. 이 때, 내 소개를 끝내자마자 바로 다음 멘트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소개를 하고 나서 잠시라도 뜸을 들이면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내 인사에 대한 응답으로 박수를 칠까말까 망설이곤 하는데, 나는 조금이라도 그런 망설임, 부담감을 지원자들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더 궁극적인(?) 이유는 박수를 받는 것이 내겐 매우 어색한 일이었기 때문에, 아예 지원자들이 박수를 칠 수 있는 틈을 주지 말자는 것이 내 의도였다. 

  그런데 5일 간, 20여 번의 오리엔테이션 동안 딱 한 번, 내가 그 타이밍을 지원자들에게 빼앗긴 적이 있었다. 마침 그 날은 11월 24일, 내 생일. 인사 및 소개에 대한 답례로 박수를 받은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실은 오늘이 제 생일입니다."하고 얘기했고, 지원자들은 "워~" 작은 환호를 이어가며 박수 소리를 조금 더 이어갔다.

  그 잠깐의 순간이...
  지금 방 정리를 하다가 갑자기 떠올랐다.
  음-

 
  충동구매!! 과소비!!!!!!!! =_=;; 
  지난 주말, 새로 출간된 안도 다다오의 자서전을 사서 틈나는 대로 읽고 있다. 무려 2만원이라는 가격에 어울리지 않게 책장을 넘기며 드는 첫 느낌은 수수함. 약간 작은 판형에 다소 두꺼운 책장, 전체적으로 가벼운 책 무게와 모든 사진 자료가 흑백으로 들어가 있는 이 책 자체가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컨셉을 따르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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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비친

psyche 2009. 11. 23. 23:00 |

Honesty is such a lonely word.
Everyone is so untrue.
Honesty is hardly ever heard.
And mostly what I need from you.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가고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가네
거짓인줄 알면서도 겉으로 감추며, 한숨 섞인 말 한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있는 듯
엇갈림 속의 긴 잠에서 깨면 주위엔 아무도 없고 
묻진 않아도 나는 알고 있는 곳 그 곳에 가려고 하네
근심 쌓인 순간들을 힘겹게 보내며 지워 버린 그 기억들을 생각해내곤 또 잊어 버리고...

    퇴근 길에 두 노래를 무한반복하며 듣는다.
    - 잘 지내고 있습니다
.

:

1q84

psyche 2009. 10. 5. 23:18 |

  요샌 명절이라도 차가 많이 밀리지 않습니다. 낭만이 없어요. 싱겁습니다. 일부러 가장 차가 많이 막힐 것 같은 시간을 "세심하게" 골라 버스 티켓을 샀지요. 일부러 마련한 버스 안에서의 긴 시간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었고 오래된 프랑스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를 봤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유부녀 걸프렌드와의 어디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섹스 라이프...를 덴고의 일상에서 제외하면 그와 제가 얼추 비슷한 캐릭터가 아닐까 공상하면서, 하늘에 달도 두 개 떴고, 그것보다 언젠가 - 호랑이 금연하던 시절에 있었던 어느 세미나 뒷풀이 장소에서 영화평론가 유지나씨에게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었고 대답은 <바이올린 플레이어>였는데, 이 영화를 찾아헤매인지 수 년만에 드디어 그것을 입수했던 것입니다. 기돈 크레머 선생님께서 배후 연주를 담당해 주신 이 영화의 엔딩에서는, 백모씨의 <호소런>이란 호러물 후반부에 등장했던 "흔들리지 않게"라는 곡처럼 Bach의 Ciaconna가 기돈 선생님 연주의 Full 버젼으로 흘러나오게 되는데 여기에 감동받은 백모씨의 왼쪽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옆 좌석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께서는 버스 앞 쪽에 설치된 PDP인지 LCD인지에서 나오던 <마음이>라는 영화를 보시며 그 오른쪽 뺨에 눈물을 떨구셨습니다. 그리고 이건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터인데 1Q84의 막바지, 아오마메가 비상계단을 찾지 못하고 입 천장에 피스톨을 당기는 순간, 저는 그것이 아오마메가 아니라 실은 이 소설을 쓰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실제로 처한 상황이 아니었겠는가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앞둔 주말, <독립영양인간> 감독님께 BDU캡을 빌리던 자리에서 감독님이 해 주셨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한 친구가 이번에 한예종에 입학했는데, 거기서 첫사랑을 만났다더라. 그 첫사랑이 이젠 소개팅도 시켜주고... 응?" 시간이 있고, 함께 갈 친구가 있다면 7일에 열리는 백주영씨의 바이올린 독주회에 함께 가자고 했을텐데요. 백주영씨는 누군지 사실 잘 모르지만... 협연 피아니스트가 이그낫 솔제니친이라고 해서요, 네. 바로 그 노벨상 솔제니친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솔제니친의 연주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솔제니친의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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