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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1 어두운 곳에 모여있는 사람들 4

  회사에서 나오니 저녁 9시. 비는 그쳤다. 
  <뱀파이어> 마지막 에피소드 상영 종료시각은 9시 반. 상영 종료 후 진행될, 정성일씨의 '씨네토크'를 듣기 위해 택시를 타고 서울아트시네마로 향한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는지, 잠결에 간간히 와이퍼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안국역에서 내려 낙원상가로 걸어간다. 

  9시 40분, (불꺼진 매표소) 시네마테크 로비에 도착. 한산한 로비에는 시네마테크 지킴이 분들만. 
  지체없이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 뒤에서 세 번째 줄 맨 끝 좌석에 털썩 몸을 던져 넣고 정성일씨의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보지도 않은 영화에 대한 긴 이야기. 그 이야기의 시작은 끌레르몽 페랑에서의 운명적인 만남. 그가 20년 전 어느 작은 프랑스 마을에서 맡았던 새벽 공기의 느낌을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뱀파이어> 예찬은 처음 그 영화를 관람하던 당시의 아릿한 마음 속의 동요 때문이 아니었을까 의심하는 찰나, 정성일씨도 스스로 그런 의심을 가졌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나는 평일 밤 늦은 시각 시네마테크 객석에 앉아 정성일씨의 표현 하나하나를 유심히 듣고 있는 상영관 안의 모든 사람들을 의심한다. 앞 쪽으로 반가운 뒷통수들이 몇 보인다. 졸음이 쏟아진다. 
  10시 반. 아직 이야기는 한창이나 자리에서 일어난다. 비가 그쳤다. 
  시네마테크 앞 공터, 인사동이 바라보이는 자리에서 누군가 혼자 담배를 태우고 있다.
  
  오늘은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를 보러 갈 것이다. 역시 상영이 끝난 후 정성일씨의 씨네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끝까지 듣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반가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눈깨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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