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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산당이다."

hor-champ 2011. 9. 9. 13:09 |


    2010년 11월 13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새벽에 일어나 황푸강변을 좀 걸었다. 어디를 가볼까 잠시 고민하다 티엔즈팡(田子坊)으로 와서 또 어슬렁거리던 중이다. 이른 시간인지 문을 연 갤러리나 카페가 없다. 어느 골목에서 사람들이 몇 명 걸어나오는 것을 보고 그리로 향했더니 손님을 받고 있는 곳이 하나 있었다. 여기 Kommune이라는 카페.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중국인 직원은 영어가 유창하다. 손님 중에 동양인은 없다. 내 옆 테이블에는 스페인어로 대화를 나누는 커플이 한 쌍 있고,  테라스에는 나이가 지긋한 백인 한 명이 랩탑을 들여다 보고 있다. 카페 안을 둘러보다 출구쪽에 "I'm a KOMMUNIST"라고 적힌 표식이 여럿 벽에 달려있는 것을 보고 하나를 챙겼다. 
    
공산주의가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기능하는 시대다. 심지어 중국 본토에서. 이념을 기념품으로 챙긴다. 모든 것이 뒤섞여 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조금 고통스럽다. 헌병 시절, 광주공항에 있는 부대로 파견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늦은 밤, 통금시간을 어기고 술집에 있을지 모를 미군을 잡기 위해 동료와 부대 밖에서 순찰 중이었다. 어느 Bar 안으로 들어갔을 때, 존 레논의 "Imagine"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한 미군이 필리핀 여자를 끌어안고 "이매진"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미군 군복을 입고, 실탄 20발이 든 9mm 베레타 권총을 허리에 차고 있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몇 명이 노래를 따라부른다.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속이 몹시 메스꺼워져 밖으로 나왔다.  

   이제 푸단대로 돌아가 내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CJ그룹 해외유학생 채용, 테스트 전형을 진행하기 위해 상하이에 혼자 왔다. 어제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TV를 켰더니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열리고 있더라.  광저우는 상하이에서 얼마나 멀리 있나. 축제의 밤에 일찍 잠들고,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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