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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psyche 2009. 10. 5. 23:18 |

  요샌 명절이라도 차가 많이 밀리지 않습니다. 낭만이 없어요. 싱겁습니다. 일부러 가장 차가 많이 막힐 것 같은 시간을 "세심하게" 골라 버스 티켓을 샀지요. 일부러 마련한 버스 안에서의 긴 시간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었고 오래된 프랑스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를 봤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유부녀 걸프렌드와의 어디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섹스 라이프...를 덴고의 일상에서 제외하면 그와 제가 얼추 비슷한 캐릭터가 아닐까 공상하면서, 하늘에 달도 두 개 떴고, 그것보다 언젠가 - 호랑이 금연하던 시절에 있었던 어느 세미나 뒷풀이 장소에서 영화평론가 유지나씨에게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었었고 대답은 <바이올린 플레이어>였는데, 이 영화를 찾아헤매인지 수 년만에 드디어 그것을 입수했던 것입니다. 기돈 크레머 선생님께서 배후 연주를 담당해 주신 이 영화의 엔딩에서는, 백모씨의 <호소런>이란 호러물 후반부에 등장했던 "흔들리지 않게"라는 곡처럼 Bach의 Ciaconna가 기돈 선생님 연주의 Full 버젼으로 흘러나오게 되는데 여기에 감동받은 백모씨의 왼쪽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옆 좌석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께서는 버스 앞 쪽에 설치된 PDP인지 LCD인지에서 나오던 <마음이>라는 영화를 보시며 그 오른쪽 뺨에 눈물을 떨구셨습니다. 그리고 이건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터인데 1Q84의 막바지, 아오마메가 비상계단을 찾지 못하고 입 천장에 피스톨을 당기는 순간, 저는 그것이 아오마메가 아니라 실은 이 소설을 쓰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실제로 처한 상황이 아니었겠는가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앞둔 주말, <독립영양인간> 감독님께 BDU캡을 빌리던 자리에서 감독님이 해 주셨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한 친구가 이번에 한예종에 입학했는데, 거기서 첫사랑을 만났다더라. 그 첫사랑이 이젠 소개팅도 시켜주고... 응?" 시간이 있고, 함께 갈 친구가 있다면 7일에 열리는 백주영씨의 바이올린 독주회에 함께 가자고 했을텐데요. 백주영씨는 누군지 사실 잘 모르지만... 협연 피아니스트가 이그낫 솔제니친이라고 해서요, 네. 바로 그 노벨상 솔제니친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솔제니친의 연주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솔제니친의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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