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활력소,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그 중에서도 김장훈의 원맨쇼.
  힘든 출근길, 간밤에 녹음해 둔 그들의 만담을 들으면 힘이 솟는다. 고3 때처럼.

  지난 7월 15일, 김장훈의 원맨쇼는 러시아 볼쇼이홀 특집;
  조수빈 아나운서의 깜짝 멘트로 시작한 원맨쇼...
  유희열의 Live 건반, 김장훈의 Live 보컬.
  setlist :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넌", "우리 이제", "그럴때마다"
  그리고 해피하우스... 
 
  울리고 웃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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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좋아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세계음악기행.
  방송 시간이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다보니 입사한 이후로 평일엔 한 번도 못 들었었고, 
  주말에는 이런저런 일로 정신이 없어서...

  어제 오후 3시, 오랜만에 라디오 주파수를 104.5MHz에 맞췄다. 그런데 DJ의 목소리가 성기완의 것이 아니었다. '게스트인가?' 하지만 멘트 도중에 끼어드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진행자였다. 계속 들어보니 그의 이름은 박창학이라고 했고, EBS라디오 봄 개편으로 인해 세계음악기행 주말 DJ를 맡게 되었다고 했다. 박창학!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다. 윤상이 만든 대부분의 곡에 노랫말을 입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사가 중에 한 명. 처음 듣는 음성이지만 정말 반가운 목소리. 

  집에 돌아와 세계음악기행 홈페이지를 찾아갔다. 대문에 호란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 것을 보니 메인 DJ가 호란으로 바뀌었나 보다. 성기완씨가 물러나다니... 너무 아쉽다. 전기현, 권병준에 이은 세계음악기행 제 3대 DJ 성기완. 동네 형처럼 털털한 진행. 때론 한없이 감성적이었다가 필요할 땐 거침없이 할 말을 하던, 거침없는 선곡을 보여주었던 "열린" 진행자였는데. 직접 정성스레 쓴 글을 매일 읽어주던 DJ. 좋은 시를 많이 소개해준 DJ. 역대 라디오 DJ 중에 내 사연을 가장 많이 읽어준 DJ였는데... 그만큼 세계음악기행을 좋아했었고, 성기완씨를 좋아했었는데 많이 아쉽다. 

  불안한 마음에 세계음악기행 코너소개 게시판을 열어보니 '박경', '강정', '볼빨간' 등 익숙한 이름들 또한 보이지 않았다. 소설가 한강을 연상시키던 박경씨의 조용조용한 말투가 그립다. 원초적인 아픔, 그 밑바닥을 사정없이 긁어대던 강정의 목소리가 그립다. 그리고 볼빨간! 우리의 영원한 '호프'. 성기완씨와 찰떡콤비를 이루었던 "서유다"가 세계음악기행을 떠났다니 이거 정말 너무 슬프다. 그의 목소리를 이제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 (혹시 게스트로 나오는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 라디오 프로그램 개편 시즌이 되면 늘 아쉬운 마음과 반가운 마음이 공존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의 개편을 보면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한영애의 문화 한페이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영어 프로그램이 들어섰다. 
    이런 예는 굉장히 많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라디오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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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19
그룹 연수를 끝내고 본사로 첫 출근하는 날 아침.
비가 내리진 않았지만 기상청 사이트를 확인하고 우산을 챙겨 나왔다.
마침 퇴근길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의기양양하게 준비해 온 우산을 펴고 지하철 역으로 걸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데 배가 너무 고팠다. 시청 역에서 내렸다. 

우산을 두고 내렸다. 

비를 맞으며 광화문쪽으로 걸었다.
소라 광장에서는 용산철거참사 추모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미디액트를 올려다보고 들렀다 갈까...하다 그냥 길을 건넜다.
길을 건너니 동화면세점 앞에서,
공공 구조조정 문제를 이슈로 공공운수연맹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우리은행에서 돈을 뽑아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하나 먹었다.

버스를 탔다.
라디오를 켜고 주파수를 95,9에 맞춘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최양락의 즐거운 라디오] 삼김퀴즈 시간.
"침묵은 '이것'이다. '이것'이 무엇일까요?"
YS는 '이것'이 박근혜라고 답한다. 삼김퀴즈가 끝나고,
[즐거운 라디오] 마지막 곡으로 낯익은 전주가 흘러나온다.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나는 그 노래가 당연히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노래는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었다.
두 노래가 비슷한가......
"비처럼 음악처럼" 전주를 쭉 듣다가 전주가 끝나는 부분에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라고 불러보면 묘하게 어울린다.
나도 모르게 그 가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비슷한 차원에서(?)
스타러브피쉬의 "미안"이라는 곡을 들으면,
새바람이 오는 그늘의 "그냥"이라는 곡이 오버랩된다.
비슷한 템포의 건반 반주곡이라 그런 것일까......

튜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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