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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1 이별이 너무 길다
  2. 2011.07.09 Be your own bitch 2
  3. 2011.06.26 Good Rain 2

이별이 너무 길다

psyche 2011. 7. 11. 22:34 |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때 쯤으로 기억한다. 작은 아버지 댁에 종종 놀러갔었는데, 얼리어답터인 작은 아버지께서는 당시로서는 고가에 해당하는 최신 컴퓨터를 집에 구비하고 계셨다. 집에서 구경할 수 없는 칼라풀한 컴퓨터 게임들이 많았던 관계로 작은 아버지 댁에 가는 걸 아주 좋아했었는데 게임 말고도 내가 즐겨 플레이했던 게 있었으니 바로 노래방 프로그램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노래도 몇 곡 없고, 반주도 안습 수준이었으나 그 때로서는 컴퓨터에 마이크를 연결 해 그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었다. 사실 노래를 불렀던 횟수보다 노래방 프로그램에 등록된 곡들을 그냥 듣고 있었던 적이 더 많았다. 이유를 잘 모르겠으나 그 프로그램에는 (그 때는 몰랐지만) 민중가요가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 노찾사의 노래가 많이 있었다. 나는 "광야에서"와 "사계"를 특히 좋아하여 여러번 반복 해 듣고 따라부르고 했었던 기억이 난다. 열두세살 무렵. 막 시작한 박소현의 FM데이트를 듣기 시작한 것도 이 때쯤. 
  마치 독고진이 국보소녀의 "두근두근"만 들으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처럼, 집회에서 "광야에서"나 "사계"가 흘러나오면 심장 박동이 유난히 빨라진다. 그리고 민폐가 될 정도로 크게 따라부르기도 하고. 얼마 전에 인디포럼2011 초청전 영화들을 보고 왔는데, 박찬경 감독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에서 그린힐 화재 사건으로 여공들이 안타깝게 스러졌던 이야기 중 "사계"가 흘러나오더라. 맨 뒷자리에 앉아서 보고 있었는데 노래가 나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좌석 뒤에서 팔굽혀펴기를... (다른 관객들 분께 아무런 불편을 드리지 않았음을 맹세합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밤, 부산역에서부터 영도까지 또 신명나게, 불타는 마음으로 "광야에서"를 소리 높여 불렀고 이내 경찰분들께서 살수해주신 최루액으로 샤워를 하여 마음뿐만 아니라 온 몸이 다 불타버리고 말았다. 
   회사 다닐 때는 마인드컨트롤 한답시고, 출근 길에 꼭 심장 박동 빨라지는 노래만 들었었다. 주로 메탈. 때때로 민중가요. "불나비"는 효과 짱이다. 정말 터져버릴 것 같애! 참으로 전투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퇴근 길에는 내 슬픔만큼 그대가 행복하길, 나는 사랑이 뭔지 모르나봐요오오...
 

   이별이.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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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your own bitch

psyche 2011. 7. 9. 07:17 |
   막 퇴사하자마자 5월 말 며칠 간은 집 밖에 나가지 않고 방에만 있었다. 그 때 BGM(?)으로 TechCrunch 컨퍼런스 인터넷 중계를 계속 틀어놓았었는데, 어느 순간 "귓구녕"에 팍 꽂히는 문장이 있었다.

   
“Don’t be a Google Bitch, don’t be a Facebook Bitch, and Don’t be a Twitter Bitch.
   Be your own Bitch." 
 
  
중계를 계속 주시했던 것이 아니라 나중에 그 문장이 어느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검색을 해 보았었다. 그 말을 뱉은 사람은 벤처캐피탈리스트 Fred Wilson이었는데,  트위터의 수익모델 관련 답변을 하면서 인터뷰 마지막 부분에 했던 말이 그것이었다(http://goo.gl/ud7ob). "구글빠 되지 마라, 페이스북에만 매달리지 마라,  트위터가 전부가 아니다. 너 만의 길을 가라." 인터뷰 전체 문맥 상, 프레드 윌슨이 언명의 수신인으로 설정했던 것은 개발자들이었는데 대상을 조금 더 넓혀보아도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의 힘이 참 대단하다.  최근의 경우를 보자면 홍대 미화노동자 투쟁, 두리반 투쟁 등이 승리하는 데 SNS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성미산, 강정 등 전국 각지에서 자본주의의 횡포에 대항하는 투쟁들이 SNS로 조직화된 힘을 통해 판세를 바꿔가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출발은 긍정적이다. 여기서 잠깐. 나는 SNS의 힘이 대단하면서 "SNS가 사회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예로 들며 글을 이어갔다. 이것은 내게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그것은 내가 팔로윙하는 분들 중 많은 분이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타임라인에 운동 관련 트윗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이다.(SNS 중 주로 트위터를 쓰므로, 트위터 위주로 글을 이어갑니다-) 나는 트윗을 많이 날리지 않고, 주로 정보 수집용으로 트위터를 활용하므로, 요새 유행하는 말마따나 이것을 나의 "트윗 정체성" 때문이라 하면 어폐가 있을 것 같고 내 경우는 "타임라인 정체성"이라고 설명하면 말이 통할 것 같다. (나의 타임라인 정체성 : 노동, 영화, 투쟁, 음악, 뿌잉뿌잉, 미디어아트, 야근(응?)...) 
  그런데 종종, 그런 타임라인 정체성이 나를 어떤 틀에 가둬놓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맞팔"과 "언팔" 따위를 지속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보고싶고 듣고싶은 얘기들만 타임라인에 남기 마련이니까. (조중동이 그냥 커피라면, TOP에 해당된다는 바로 그) "뉴데일리" 필자 강재천이 팔로워가 현재 3만명이 넘는다. 이 정도면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물론 그 팔로워들 중에는 강재천을 하나의 개그캐릭터로 받아들여 조롱의 목적으로 팔로윙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진정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늘 그런 사람들과 맞서서 혹은 함께 살아가야 하므로 그들의 존재 자체를 망각해서는 안될 것. 예가 좀 극단적이었던 것 같은데, 비단 정치적인 이슈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등 다른 분야에서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 다른 타임라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생각의 범위를 조금 더 확장해 보면, 트위터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내가 트위터를, 페이스북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임라인과 담벼락에 쉴 새 없이 업데이트되는 패셔너블한 소식들에 휘둘려 허상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자주 돌아본다. 내 생각과 행동의 주인은 오롯이 나 스스로가 되어야 하니까... 요새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타임라인을 확인하고 있는 내 모습이 문득 부끄러워질 때가 있어 될 수 있으면 책을 읽는 편이다.
   일단 Be my own bitch하고 그 다음에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SNS를 사용해야.


  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스페인어 학원 수강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내가 속해있는 클래스도 젊은 피가 많이 충원됐는데, 덕분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가 팍팍 생긴다. 중학생도 있어!!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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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Rain

psyche 2011. 6. 26. 01:32 |
   토요일 밤... 운동을 하고 들어왔다. 날씨가 습해서 그런건지 평소보다 땀을 훨씬 많이 흘린 듯.
  헬스 PT(Personal Training)를 시작한지 3주가 지났다.  집에서 가까운 휫니스쎈타에서 월,수,금 일주일에 세번씩 아침마다 PT를 하고 있다. 여태까지 체계적으로 운동을 배운적이 없었는데, 역시 믿을만한 커리큘럼대로 운동을 꾸준히 하니 몸에 대한 느낌이 많이 다르다. 운동을 시작한 것은 회사에서 생활하는 동안 무너진 몸의 밸런스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몸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 외에도 운동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다른 좋은 점이 있으니 그것은 확실한 "공상 타임"이 생겼다는 것. 뭐, 원래 평소에도 틈만 나면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트레드밀 위에서 뛰고 있을 때, 근력 운동 사이에 잠시 쉬는 동안에는 유난히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솟아난다. 그리고 발전시킬만한 아이디어들은 샤워하기 전에 꼭 메모를 하고. (참, 어제 아침에는 쎈타 BGM으로, 한참동안 Nat King Cole의 Unforgettable이 흘러나왔었다. 늘 비트있는 노래가 나오기 마련인데, 아마도 실장님이 선곡 실수하셨던 듯. 그런데 그 순간이 정...말로 황홀했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별안간 눈물이 섞여 흐르는 듯 - 끄적끄적...) 

  오늘은 트레드밀에서 달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께서 딱 보기에도 많이 무거워 보이는 덤벨을 쥐고 온몸의 반동을 이용해; 그것을 들어올렸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거울로 계속 비쳐졌다. 어떤 부위에도 효과적이지 않은,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는 나쁜 자세의 운동이었다. 옆 사람이 무거운 무게를 들어올린다고, 내가 못할쏘냐 자기 분수에 맞지도 않는 무게로 운동을 하는(척 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사실 자세만 정확하다면 적은 무게로라도 훨씬 효과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 적은 무게부터 제대로 된 자세로 배우고, 준비가 되었을 때 무게를 올려서 운동하는 것이 맞을텐데, 막무가내로 덤벨을 쥐고 이리저리 흔드는 아저씨가 안쓰럽고 조금 우스웠다.(너무 진지한 표정이...) 공부도 운동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주위에서 거창한 개념, 있어 보이는 철학 서적을 쥐고 이리저리 흔들어댄다고 그럴싸한 제목의 아무 책이나 붙들어 잡고 머리를 싸맬 일이 아니다. 마음이 급하더라도 공부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 학습 로드맵을 짜고 기초가 되는 고전부터 승부할 일이다. 공부하는 방법만 제대로 익히면 널리 알려진 고전이 아니더라도, 학습의 맥이 통하는 책을 찾아 나만의 방법으로 소화해 낼 수 있겠지.(또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Master?)"의 존재가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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